바이오 하자드: 댐네이션 | 2012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진 이후, 지지하던 여러 국가 중 하나인 동슬라브 공화국은 공산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그러나 대기업의 횡포로 인해 소수 집단만이 권력을 장악하고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된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집단 시위를 벌였고, 시위는 반체제 투사들의 반란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군부의 전력 쇄신을 통해 반란을 진압하고, 치열한 내전이 몇 년간 지속된다.
그러던 중, 대통령에 당선된 스베틀라나 벨리코바는 정부 주도로 휴전을 제의하여 잠시의 평화를 맞이하게 된다. 2010년 11월, 정부는 반군 지역에서 희귀 자원이 대량 매장된 것을 확인하고, 반란 진압이라는 명분으로 즉각적인 공격을 감행한다. 이 공격은 학살과 다름없었고, 총을 놓았던 반군들도 다시 무장을 하여 정부에 대항하게 된다.
2011년 2월, 내란 중 괴물이 사람을 공격한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고, B.O.W. 릭커의 모습이 확인되자 미국은 한 명의 요원을 동슬라브 공화국으로 파견한다. 휴가 중이던 레온 S. 케네디는 B.O.W. 사용 의혹을 받는 반군을 조사하기 위해 동슬라브 공화국에 잠입하지만, 허니건에게서 미국이 발을 뺐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지원 없이 내전 중인 국가에 고립된 그는 B.O.W.의 해악을 알고 빨리 빠져나오라는 허니건의 명령을 무시하고 진상 파악에 나선다.
원래 임무 내용이었던 반군에 참여한 첩자와 허수아비를 만나는 도중 릭커의 공격을 받게 되고, 대응하던 중 떨어진 오폭으로 기절하게 된다. 기절한 후 깨어나 보니 사샤와 제이디라는 반군에게 잡혀 포박당한 상태였다. 자신을 단순한 여행객이라고 주장하며 상황을 듣던 중, 진압군이 들이닥치고 그 혼란 속에서 탈출하지만, 플라가에 감염된 가나도들에게 습격을 당하게 된다. 우연히 함께 있게 된 제이디를 도와 탈출한 두 사람은 반군의 근거지인 교회로 향한다.
교회에서 제이디는 자신이 살던 도시의 사람들이 하나하나 플라가에 감염되는 것을 보게 되고, 반군의 간부들이 플라가를 나눠주었다는 진실을 밝힌다. 이로 인해 반군들은 예외 없이 플라가에 감염된 상태였고, 진압군의 공격으로 탈출한 좀비들에 의해 마을 전체가 감염된 것이다. 레온은 플라가에 의해 죽은 자들이 릭커로 변모하여 지휘관 플라가의 명령에 따르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반군의 B.O.W. 사용을 확신하게 된다.
제이디를 통해 사샤가 지휘관 플라가를 몸에 주입해 릭커를 통제하여 정부를 공격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레온은 제이디에게 무기를 넘겨주고 사샤를 막아달라고 부탁하지만, 이미 사샤가 플라가를 가져간 이후였다. 이때, 에이다 웡을 통해 B.O.W.를 박멸하기 위해 마을에 대대적인 포격을 가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제이디를 구하기 위해 교회로 달려간다. 그러나 이미 제이디를 포함한 남은 반군이 좀비가 되어 죽은 상태였고, 마지막으로 제이디마저 좀비가 되어버린다.
사샤는 레온의 앞에서 좀비가 되어가는 제이디를 죽이고, 정부에 대한 공격을 더욱 확실히 하려 한다. 레온은 그를 말리려 하지만, 정부군의 공격으로 교회가 무너지며 사샤를 놓치게 된다. 다음 날 아침, 사샤에게 조종받는 릭커들이 대통령궁으로 습격을 감행하고, 이를 막으려는 정부군과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이 와중에 에이다는 정체가 발각되어 도주하려 하지만, 전직 특수부대 교관이었던 대통령 벨라코바에 의해 사로잡힌다.
릭커와 군인들의 대대적인 전투가 이어지고, 레온은 대통령궁에 도착한다. 궁을 수색하던 레온은 지하의 방공호에서 과학 시설을 발견하고, 탈출한 에이다와 만나게 된다. 에이다와 함께 시설을 돌아다니던 레온은 대통령궁 지하의 방공호가 일반 플라가가 아닌 지휘계통 플라가를 양산하는 시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즉, 반군들의 진압을 위해 일부러 플라가를 반군들에게 풀었고, B.O.W.를 사용한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며 다른 나라의 지원을 받아 반군들을 몰살시키려 했던 것이다.
이후 대통령과 특수부대의 공격으로 레온과 에이다는 위기에 처하고, 순간의 기회로 대통령을 포로로 잡는데 성공하지만, 대통령은 놀라운 실력으로 레온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이때 사샤와 릭커 군단의 공격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사샤는 이미 반군의 원로들이 희귀 자원의 이득을 나눠준다는 명목으로 회유를 완료한 상태이며, 반란은 끝났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결국, 회유된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아랫사람만 플라가와 릭커로 죽어나간 상황이다.
대통령은 무사히 빠져나가고, 동시에 타이런트를 풀어버린다. 여러 마리의 타이런트가 벌이는 맹공에 간신히 빠져나온 사샤와 레온은, 레온이 사샤가 살아남아 이 일을 모두에게 알리려 하지만 타이런트가 끝까지 쫓아오고, 사샤가 조종하는 릭커들과 레온은 타이런트들과 대격돌을 벌인다. 이 와중에 대통령은 전국민을 상대로 일장연설을 하려 하지만, 진상을 파악한 미군과 러시아군이 정부군을 때려잡으며 동슬라브 공화국으로 진격한다.
미 공군의 A-10A기가 타이런트를 격파함으로써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두 사람은 정부군이 모두 진압되는 과정을 보면서 미국과 러시아가 모두 알고 있는 상태에서 내전을 방치했음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몸에 잠식한 플라가가 활동하려는 것을 알게 된 사샤는 자살을 하려 하지만, 이를 말린 레온은 죽어간 동료를 위해 자신도 죽는 것은 사치라며 살아야 한다고 권총을 쏜다.
이후 내란이 진압되고 대통령이 사임함과 동시에 모든 B.O.W.의 회수와 관련 기업들의 해체 소식을 허니건에게 전해들은 레온은 또 다른 임무를 위해 떠난다. 레온은 미국과 러시아가 동슬라브 정부에 강제 개입할 명분을 찾기 위해 B.O.W.가 확산되고 반군과 민간인이 대량 희생되는 내부 사정을 알면서도 일부러 방치했음을 깨닫게 되며, 자신 또한 미국 정부의 작전에 장기말로 쓰였음을 눈치챈다. 레온은 큰 회의감에 빠져 홀로 호텔에서 술을 마시며 허니건에게 대통령도 알고 있었던 것이냐고 추궁하지만, 허니건은 대통령이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며 사태를 완화시키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실태에 실망한 레온은 힘없는 모습으로 씁쓸하게 호텔을 나선다.
마지막으로 에이다는 누군가에게 양식된 지휘계통 플라가를 선보이며 전달하겠다고 약속한다. 영화는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전쟁이 끝난 조국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샤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이는 그가 몸속에 있는 플라가를 치료하고 원래 직업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으로, 시간대는 바이오하자드 레벌레이션스 2와 6편 전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작품은 가상의 국가인 동슬라브 공화국을 배경으로 내전과 생물병기를 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좀비로 인한 도시의 파괴나 혼란보다는 생물병기로서 플라가의 역할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플라가에 의한 감염 속도는 상당히 느리며, 살아있는 사람이 좀비로 변하는 과정이 그려지며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주요 적은 좀비가 아니라 좀비의 2차 변형 상태인 릭커이다. 초중반에는 릭커가 주요 적으로 등장하지만, 후반에는 든든한 아군으로 변모한다.
한편, 매번 출연할 때마다 새로운 여자에게 플래그를 꽂던 레온이 유일하게 새로운 플래그를 꽂지 않고 사나이 간의 우정만을 보이기도 한다. 전작인 디제네레이션과는 달리 모션 캡쳐가 사용되어 모션이 매우 자연스럽다. 바이오하자드 CG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그나마 괜찮다는 반응을 얻고 있으며, 전작이 클리셰 덩어리로 인해 완성도가 높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댐네이션 정도만 만들어져도 팬 무비로서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평해지며, 본작 이후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CG 무비 시리즈가 없다. 2023년 개봉된 데스 아일랜드가 본작과 비슷하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가상의 국가라는 설정이 서사적 배경으로 활용되었고, 오락성으로도 인상 깊은 연출들이 남았다. 카메라와 단 몇 센티미터 차이의 간격까지 돌진해오는 릭커의 민첩함과 본작에 등장하는 타이런트의 중후함과 압도적인 강력함은 최신작 기준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연출이며,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상업 영화 기준으로는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다. 시리즈 특유의 B급 감성과 흔하디흔한 정의롭고 용감한 미국 남성의 무쌍물일지라도, 팬들에게는 후속작들과 달리 캐릭터 붕괴 없이 최소한의 서사성이 지켜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결말부의 완급 조절은 다소 용두사미라고 평가받을 수 있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에 나쁘지 않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본작은 알게 모르게 본편 게임에도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등장했던 타이런트 T-103이 호평을 받자 이후 발매된 바이오하자드 RE:2에서 유사한 느낌으로 디자인되어 재구축되었다. 또한 RE:2에서 등장한 릭커가 플레이어 캐릭터를 덮친 뒤 후려쳐서 공격하는 동작과 카메라 구도는 본작에서 릭커가 레온을 덮쳐 발톱을 휘두르는 장면과 동일하다.
